부활하기 전에 영혼은 어디 가서 무엇을 할까?
가톨릭 ‘연옥설’과 안식교·여호와의증인 ‘영혼수면설’ 비판
목창균 교수(서울신학대학)
2015년 03월 19일 (목) 12:32:01 교회와신앙
곧 부활절이다. 성도가 죽은 이후 부활할 때까지 육체를 떠난 영혼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톨릭의 ‘연옥설’과 안식교 및 여호와의 증인에서 주장하는 ‘영혼수면설’ 또는 ‘영혼멸절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성경은 죽음으로부터 부활에 이르는 중간상태의 기간에 인간 상태에 관해서 거의 침묵하다시피 할 정도로 설명이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인간은 사후에도 의식적, 인격적 존재로 존속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통 기독교는 인간의 영혼은 죽음 이후에도 의식 있는 개별적 존재로서 계속 존속한다는 것과 그리스도의 재림 시, 영화롭게 변화된 육체가 영혼과 재결합되어 부활할 것을 믿고 있다. 반면, 가톨릭은 ‘연옥설’을 안식교 및 여호와의 증인은 ‘영혼수면설’ 또는 ‘영혼멸절설’을 주장한다.
▲ 목창균 박사
<데오스앤로고스>가 최근 재조명한 목창균 박사(전 서울신대 총장)의 ‘중간상태에 관한 논쟁 : 연옥설을 중심으로’(<목회와 신학>, 1995년 9월, 통권75호)라는 연구논문의 요약에서 ‘중간상태’(intermediate state)에 대한 명쾌한 답과 ‘연옥설, 영혼수면설, 영혼멸절설’에 대한 비판을 제시하고 있다.
목창균 박사는 육체적 죽음 후에도 인간은 의식적, 인격적 존재로 존속한다는 것을 구약에서는 ‘음부(스올)’ 신약에서는 ‘음부(하데스)’와 ‘낙원’에 대한 언급으로 암시한다며 그 사례를 제시했다.
구약의 경우 의인에 대하여 “누가 살아서 죽음을 보지 아니하고 그 영혼을 음부의 권세에서 건지리이까”(시 89:48) 하였으며, 악인에 대하여 “그들과 그 모든 소속이 산채로 음부에 빠지며 땅이 그 위에 합하니 그들이 총회 중에서 망하니라”(민 16:33)고 하여 인간은 죽음과 더불어 소멸되는 것이 아니며, 의인과 악인 모두 음부(스올)로 내려간다고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신약의 경우에도 예수님이 오른편 강도에게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고 하신 것이나,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에서 부자는 죽은 후 음부로 간 반면,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으로 들어간 것(눅 16:19-31), 그리고 사도바울이 “우리가 담대히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라”고 고백한 것(고후 5:8) 등을 통해 인간은 죽음과 동시에 멸절되는 것이 아니라 음부(하데스)나 낙원 중 한 곳에 존속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상태(intermediate state)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간적 장소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이 기간에 인간의 영혼은 과연 어떤 상태로 있는가 △의식을 갖고, 형태가 변하는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가, 거치지 않는가 등이다.
연옥설
중간상태와 관련해 일어난 신학논쟁 중의 하나가 바로 ‘연옥 논쟁’. 가톨릭의 연옥교리는 죽음과 동시에 각 개인의 영혼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영원한 지위가 결정된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연옥은 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적 장소로, 지옥과 천국으로부터 배제된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곳이며, 시련과 징벌의 장소가 아니라 정화의 장소다. 직접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연옥에서 정화의 과정을 통과해야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은혜 안에 있기 때문에 결국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확실하지만, 현세에서 지은 가벼운 죄로부터 정결함이나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지 않고 죽은 사람들로서 연옥에서 수동적으로 당하는 고통을 통해 정화된다는 주장이다.
목 박사는 “연옥 개념이 성서나 기독교 고유의 사상이 아니라 이교 사상의 영향으로 고대와 중세교회에 들어온 것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불로 정결함을 받는다는 고대 인도와 페르시아 사상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불로 정결함을 받는다는 고대 인도와 페르시아 사상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이집트와 헬라인들 역시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유대교 랍비들은 이러한 사상의 영향으로 자녀들이 속죄제를 드림으로 죽은 부모의 수난을 경감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은 천국에 들어가기에 충분할 만큼 거룩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후에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개념이 오리겐 이후, 교부들 사이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는 것.
그러나 연옥교리는 때로 신부(神父)의 금광이라고 불리 울 만큼 로마교회 수입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러는 연보궤에 돈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연옥의 영혼이 천국으로 옮겨진다고 주장할 정도로, 연옥교리와 면죄부 판매는 로마교회와 교황권 부패의 상징과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되었다.
목창균 박사에 따르면 연옥교리에 반대하는 개신교회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연옥교리는 성서적 근거가 없다. 그것의 주 근거로 제시된 것은 마카비후서 12장 43-45절이다. 그러나 마카비서는 정경이 아니라 외경(Apocrypha)이다. 따라서 개신교회는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연옥교리는 성서적 구원론과 일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행위에 의한 구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죄는 연옥의 불과 고통에 의해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깨끗하게 된다(요일1:7). 의롭게 되는 것은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것이다(갈16). 연옥 개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에 의한 죄의 완전한 사유라는 복음진리와 모순된다.
셋째, 연옥교리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목회적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아니라, 교황이 연옥에 대한 관활권을 가진다는 주장은 교황권을 강화하고 교인을 지배하려는 의도와 목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영혼수면설 및 영혼멸절설
다음은 중간상태의 인간 영혼은 의식이 있는가, 아니면 무의식 상태에 있는가?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긴 수면 속에 있는가? 라는 논제다.
정통신학이 인간의 영혼은 죽음이후에도 의식적, 인격적 존재로 존속한다고 가르치는데 반해, 영혼은 죽음으로부터 부활에 이르는 기간 동안 무의식적 수면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영혼수면설이다.
영혼수면설은 성경에 죽음을 잠이라는 비유로 표현하는 것에 근거한다. 예수님이 회당장 야이로의 딸의 죽음에 대해 “소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마 9:24)고 하신 것이나 누가가 스데반의 죽음을 잠으로 묘사한 것(행 7:60), 또는 바울이 다윗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좇아 섬기다가 잠들었다”(행 13:60)고 말한 것 등(요 11:11, 고전 16:51)이 대표적인 예이고, 특히 바울이 데살로니가 4장 13-14절에서 죽음 후의 영혼이 잠자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묘사하는 등의 본문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 근거하여 죽음을 영혼의 잠으로 간주한다.
또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함이 없사오니 음부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시 6:5), “죽은 자가 여호와를 찬양하지 못하나니 적막한 데 내려가는 자들은 아무도 못하리로다”(시편 115:17)를 근거로 죽은 자에게는 의식이 없다고 본다. 특히 바울이 “우리가 담대히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라”(고후 5:8)고 한 것은 신자는 죽음 속에서 눈을 감은 후 몇 천 년이 지나 의식을 되찾는 순간 주와 함께 있을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편, 영혼수면설은 특수한 인간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영혼과 육체, 또는 영과 혼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2분설이나 3분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을 하나의 통일체로 간주한다. 따라서 육체가 기능을 중지할 때, 영혼도 더 이상 생존하지 않는다고 본다.
목 박사는 “제7일 재림교(안식교)는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견해에 대해 비판적이다. 영혼을 인간의 구성요소라기보다, 오히려 인간자체로 해석한다. 따라서 인간이 불멸적 존재라는 것과 인간은 육체의 죽음 후에도 존속할 수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 여호와의 증인은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견해를 반대하고, 인간은 생명의 원리와 결합된 육체로 이루어진 영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영혼불멸의 교리를 ‘거짓 종교의 토대’로 취급한다.”고 비판하면서 “안식교와 여호와의 증인은 현대에 영혼수면설을 가장 분명하게 주장하는 집단이며, 그것을 그들의 주요 교리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럿셀(Charles Taze Russell)이 창설한 여호와의 증인은 제7일 재림교와 유사한 중간상태에 관한 교리를 가지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의 내세관은 영혼불멸과 지옥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성경 어디서도 인간 영혼이 불멸한다고 가르친 곳은 없다고 믿는다. 인간의 영혼은 단순히 육체를 살게 하는 생명력 또는 원리로 보고, 그것은 육체의 죽음과 더불어 소멸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하면서, “여호와의 증인은 영원한 형벌의 장소로써 지옥의 존재를 부정한다. 지옥의 존재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옥은 항상 불이 붙어있는 뜨거운 곳도 끝없는 고통의 장소도 아니다. 죽은 자는 생명도 의식도 없기 때문에 고통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지옥으로 번역된 헬라어 ‘게헨나’는 예루살렘성 밖에 있는 힌놈의 골짜기를 의미하며 통상적인 무덤을 상징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7일 재림교회와 여호와의 증인의 영혼수면설은 전통교회 신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안토니 후크마(Anthony A.Hoekema)는 제7일 재림교의 입장은 영혼수면설이라기 보다 오히려 영혼소멸(soulextin-ction)설로 간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하고 “영혼수면설은 죽음 후에 영혼이 무의식적 상태로 존속한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제7일 재림교는 인간은 죽음과 동시에 사실상 완전한 무존재의 상태, 즉 살아있는 것이 아닌 상태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연옥과 영혼수면설, 어떻게 볼 것인가?
목 박사는 “연옥개념은 비성서적이므로 거부되어야 마땅하다.”며 아래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그것은 성서적 근거가 없다. 근거를 외경에서 제시하고 있으나 그것도 명확하지 않다.
둘째, 그것은 행위에 의한 구원을 암시한다. 인간의 죄가 연옥의 불과 고통에 정화된다는 주장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다는 복음진리와 모순된다.
셋째, 그것은 내세에서 구원받을 기회와 가능성이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것처럼 말한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천국이 아닌, 연옥으로 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에서 내세에서의 또 다른 구원 가능성을 부정한 예수의 교훈과 맞지 않는다.
목 박사는 “영혼수면의 개념 역시 비성서적이므로 거부되어야 한다.”며 역시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 그것은 성서적 근거가 없다. 죽음을 잠으로 언급한 성경본문들은 죽은 자들의 부활 이전의 상태를 묘사한 것이 아니다. 단지 생명의 중단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영혼수면설은 잠이란 표현을 오해하거나 확대 해석했다.
둘째, 인간은 죽음과 동시에 무의식적 수면 상태에 들어가거나 영혼이 소멸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영혼불멸과 중간기의 인간 영혼은 의식적, 인격적 존재로 존속한다는 성서의 교훈과 모순된다.
셋째, 죽음 후 악인의 영혼 역시 안식을 누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자들은 죽음과 동시에 축복을 누리지만, 불신자들은 고통과 형벌을 받게 된다는 성서 진리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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